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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9-02 12:24
홈페이지 http://www.lawhelp.or.kr
ㆍ추천: 0  ㆍ조회: 1183      
가압류 신청사건 심사 엄격해진다
가압류 신청사건 심사 엄격해진다
서울중앙지법, 1억원 초과 신청사건 '채권자 심문제' 도입


서울중앙지법이 내달부터 가압류 신청사건을 엄격히 심사하기로 했다.

가압류제도가 채무자의 재산은닉방지 등 본래 목적보다는 채무자를 압박해 채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채무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가압류 엄격 심사 방침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법원에 관할을 가지고 있는 가압류사건을 특정 법원이 엄격히 심사하면 심사가 관대한 다른 법원으로 사건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 가압류 사건수 일본의 25배, 전국 평균 인용률 88.73%= 지난 2007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가압류, 가처분 등 보전처분 사건수는 49만1,418건으로 2만250건인 일본에 비해 무려 2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전처분사건 가운데 가압류사건은 약 86%인 42만3,10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2008년 전국 법원에서 처리된 전체 가압류사건 43만2,227건 중 38만3,534건이 인용돼 약 88.73%의 인용률을 보인 반면 기각률은 2.95%에 불과했다. 가압류 신청사건 10건 가운데 9건이 인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우리나라의 가압류사건 수는 인구수나 경제규모가 비슷한 일본의 25배에 육박한다”며 “법원에서 너무 쉽게 받아주다보니 엄청난 양의 사건수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또다른 판사는 “그동안 가압류사건은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에 중점을 두고 용이하게 발령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실무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며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가압류제도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 ‘채무자 압박용’이나 ‘권리실현의 편법적 수단’으로 남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속출하면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서울중앙지법, 1억 초과사건 ‘채권자 심문제도’ 도입= 가압류제도의 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점점 커지자 서울중앙지법은 9월부터 가압류 목적물이 1억을 초과하는 가압류 신청합의(재정단독)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서면심사 방식에서 벗어나 필수적으로 가압류를 신청한 채권자를 심문하는 ‘채권자 심문제도’를 도입, 시행하기로 했다. 소송가액이 8,000만원 이상인 사건들이므로 민사소송규칙 제14조에 의해 일반인은 소송대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심문에는 채권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 법률상 소송대리인만 출석이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불출석시 신청이 기각되거나 담보제공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신분증 및 중요한 소명자료의 경우 반드시 원본을 지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사본으로 제출돼 진정성이 의심되던 계약서 등 주요 처분문서의 원본을 판사가 직접 확인하고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또 판사가 직접 신청인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어 구체적이고 상세한 사건심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청인 역시 서면에 기재하지 못한 구체적인 사정들을 판사에게 보충진술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당사자들은 법원결정이 보다 신중하게 내려졌다는 인식을 갖게 돼 결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법원은 기대하고 있다.

또 과잉가압류 신청시 심문과정에서 일부 취하를 받거나 청구금액을 감축하게 하는 등 즉시에 바로바로 적절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어 서면이 오가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또 심문종료시 바로 인용여부를 판사가 직접 알려주고 기각해야 할 사건의 경우 한번 더 취하할 것을 권유하게 돼 사건의 종국적인 해결에 좀더 기여하게 된다. 그동안은 서면으로만 심리가 이뤄져 담보제공명령, 보정명령 등을 송달하는데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심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즉석에서 사건 관련 고지가 이뤄져 종전보다 1주일 이상 신속한 결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31일부터 각 변호사회와 법무사회에 새로운 제도시행과 관련한 홍보를 시작하고 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15일까지 약 2주간 실시한 후 미비점을 보완한 후 내년 1월까지의 신청건수 및 심문건수, 취하건수, 기각건수, 심문시간 등을 분석해 평가보고서를 작성한 후 제도를 계속 시행할 것인지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대부분의 가압류사건에 대해 법원은 채권자 일방의 주장만이 담긴 신청서와 소명자료들을 통한 서면심리로만 피보전권리의 존부와 보전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수 십년간 이 방식이 법원의 주된 심리방식으로 유지돼 오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보전처분의 남용과 충실화 문제가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심문제도는 보전처분의 발령여부에 관한 충실한 심리의 요청에 부합하고 법관의 면전에서 실질적인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재판의 이념과도 합치한다”며 “일단 상대적으로 사건수가 적고 남용으로 인한 피해가능성이 큰 가압류신청합의사건부터 채권자 심문제도를 도입하지만 이것이 원칙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가압류신청이 신중을 기하는 경향이 커지면 점차 대상을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남부지법 엄격 심사하자 다른 법원으로 사건 옮겨가= 가압류 신청사건을 엄격하게 심사하기 시작한 법원은 서울남부지법이다. 올 초 서울남부지법에서 가압류사건을 담당하는 신청단독 판사들은 가압류 남용문제에 공감해 사건을 엄격하게 심사하기 시작했다. ‘보전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 고도의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해 월평균 85~90%에 육박하던 인용률이 올해는 33.6%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재야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남부지법 인근의 한 변호사는 “옛날 같으면 다 인용됐을 사건 3개를 모조리 기각당했다”며 “가압류제도가 그 동안 남용됐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본안소송에 준하는 증거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채무자가 은밀하게 재산을 처분하려는 경우 채권자가 소문이나 주변의 제보, 채무자의 언행 등에 의해 그런 사정을 알게 된 경우가 많은데 그에 관해 채권자가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구비하는 것은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남부지법의 인용률이 크게 하락하자 가압류사건이 남부지법을 피해 다른 법원에 접수되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가압류사건 접수건수는 남부지법이 1,721건, 동부지법이 1,109건이었고, 6월에는 남부가 1,520건, 동부가 1,064건이었다. 매달 평균 남부지법이 동부지법보다 400~500건 더 많이 접수됐다. 그러나 남부지법이 심사를 엄격히 한 이후인 올해 4월부터 역전현상이 벌어져 동부지법에 가압류사건이 더 많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4월 동부지법에 접수된 가압류신청 사건수는 1,351건으로 남부지법에 접수된 1,225건을 웃돌았다. 이렇게 120여건 차이가 나던 가압류 신청건수가 7월에는 동부가 1,370건, 남부가 962건으로 418건까지 벌어졌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가압류사건의 경우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원에는 다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부지법이 심사를 엄격히 하자 채권자나 대리인들이 다른 법원에다 가압류신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압류 신청사건은 목적물이 소재한 법원이 관할(토지관할)이나 대부분의 사건은 이런 보통재판적 외에 피고의 주소지, 사업장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등 복수의 특별재판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가압류는 이런 여러 법원 중에서 선택해서 신청할 수 있다.

서울남부지법의 한 판사는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100여건이 접수됐으나 올해는 절반 정도인 50여건 정도만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전국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같이 엄격심사했더라면 일시적으로 남부지법을 기피하는 현상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전국적인 공감대를 얻는 것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문제를 인식한 판사들이 먼저 치고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 법원에서 어떻게 할지는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 동안 가압류를 너무 쉽게 받아줬던 것은 분명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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