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확정 되면 변호사 수임료 등 재판비용 청구하세요
| 무죄확정 되면 변호사 수임료 등 재판비용 청구하세요 |
| 4년 간 접수 고작 73건… 부진한 원인과 대책 |
# 모 회사 대표이사인 A씨는 2008년 11월 같은 회사 이사인 B씨가 출장비 7000여만원을 횡령했다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오히려 무고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억울한 마음에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횡령 금액을 부풀리긴 했지만 횡령 사실에 기초해 정황을 다소 과장한데 지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A씨는 2010년 10월 무죄가 확정됐다.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A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2년 동안 17차례에 걸쳐 법원에 출석해야했고 1·2심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방어에 나서야했다.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했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터라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A씨는 지인으로부터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변호인 선임료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에 비용 보상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재판장 임종헌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국가가 A씨에게 355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2011코17). 재판부는 A씨가 법정에 출석할 때마다 소요된 여비와 일당을 1회당 5만원으로 계산해 85만원으로 하고, 변호인 선임 비용은 270만원으로 산정했다.
2008년 1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A씨처럼 무죄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국가를 상대로 변호인 선임료 등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제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실제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등 법원이 제도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선변호인 보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변호인 선임료 보상 기준도 단계적으로 현실화해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죄 확정시 피고인 법정 출석 여비·일당, 변호인 선임료 보상= 무죄 확정시 소송비용보상제도는 2008년 1월 시행된 개정 형소법에 관련 규정(제194조의2 이하)이 마련되면서 도입됐다.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자신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 소송비용보상을 청구하면 피고인이 공판 준비 및 공판 기일에 출석하는 데 든 여비와 일당, 변호인 선임료 등을 받을 수 있다.
피고인이 공판 과정에 출석한 여비와 일당은 거주지와 재판을 받은 법원의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회에 5만원 안팎에서 결정된다.
변호인 선임료는 국선변호인의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30만원이 기준이지만 사건의 난이도 등에 따라 최대 5배인 15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1~3심까지 모두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최대 4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소송비용보상은 피고인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구속됐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불구속 피고인도 청구할 수 있다. 구속 피고인은 구금일수에 따른 형사보상과 함께 소송비용보상을 추가로 청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고인이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의 증거를 만들어 기소된 경우 △경합범 일부에 대해 무죄판결이 확정되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형사미성년자(14세미만) 또는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소송비용 지출이 피고인에게 책임지울 사유로 발생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받을 수 없다.
◇제도 시행 4년 동안 소송비용 지급은 73건에 불과=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재판과정에서 쓴 소송비용을 보상해주기 위해 제도가 도입됐지만 제대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8년 접수된 소송비용보상 청구사건은 17건에 불과했다. 2009년 38건으로 조금 늘긴 했지만 201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9건에 그쳤다. 제도시행 후 4년간 73건만 접수된 것이다.
반면 사선변호인을 선임해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수(1심 기준)는 2008년 2170명, 2009년 2345명, 2010년 3389명, 2011년 7827명으로 무려 1만5731명에 달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은 피고인 중 0.5% 정도만이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한 셈이다.
제도 이용률이 낮긴 하지만 소송비용보상 청구가 인용되는 비율은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처리된 69건 중 4건(기각 3건, 기타 1건)을 제외한 65건이 인용돼 인용률이 94%에 달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송비용보상사건은 재판 기록과 피고인이 제출한 변호인 선임 계약서 등을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청구기간 등의 요건만 지키면 대부분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홍보 강화, 변호인 선임료 보상 기준도 높혀야=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우선 제도 홍보를 강화해 국민들이 무죄판결 확정 시 소송비용을 국가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최근 소송비용보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저조한 편”이라며 “일반 국민들이 제도를 알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무죄확정시 변호인 선임료 등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려준다면 제도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며 “변호사들도 의뢰인에게 소송비용보상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선변호인 보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변호인 선임료 보상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의 입장에선 국가의 잘못된 기소로 피해를 보게 된 셈이기 때문에 소송비용 등 피고인이 입은 경제적 손실을 제대로 보상해 줘야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국선변호인 보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현행 소송비용보상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선 보상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여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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